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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승차거부하지 않는 대신 3000원 추가운임


나는 택시 타기를 굉장히 꺼린다. 택시 승차 후 불쾌한 경험이 꽤나 많았었기에 
어지간해서는 내 돈 주고 그런 일을 또 겪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택시 기사님들 중에 선량하고 친절하셨던 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친절이 기억나지 않고 몇몇 기사들의 불친절하고 모욕적이었던 태도들만 기억이 
나는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당시 여의도로 가려면 대방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야했는데  
신입 시절. 늦어서 택시를 타게 됐다. 
그런데 기사가 출발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는 25년 전이었고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한 미스였기에 중년 기사 아저씨에게 미주알 고주알 
얘기를 할 배짱이 없었다. 기사는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한 남자를 합승 시켰다. 
나는 보조석 뒷자리(사장 자리)에서 운전사 뒷자리로 밀려 들어갔다. 
그런데도 출발을 안했다. 또 한명을 더 태웠다. 그 사람은 보조석에 앉았다. 
여의도에서는 이렇게 세명을 태울때까지 출발하지 않는다는 걸 
신입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출발하는가 싶었는데.... 세상에 조금 가더니 또 택시를 세우는 거였다. 
길거리에 있던 사람 하나를 또 태운 거다. 
어디에? 뒷자리에. 
그러니 나는 창문으로 더 바짝 붙고, 
내 옆의 생면부지 남자도 내 곁에 더 찰싹 붙는 일이 벌어진 거다. 
그렇게 불편하게 가는데.... 
탑승객이 네명이니 그들의 회사를 돌고 돌아 제일 마지막에 나를 내려준 것이다. 
너무 분하고 치욕스러워서 눈물이 다 났었다. 
나는 회사에서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 세상사를 배우기 이전에 
이미 택시 기사에게서 맵고 독하게 배우고 들어갔다. 
어쩜 그렇게 경우없는 기사가  있는지 지금도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 

또 있다.
결혼 후 유산기가 있어서 병원을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택시를 타며 집근처 역 이름을 댔다. 
십여년 전이니 네비도 없었을 뿐더러 당시에는 택시를 타면 사람들이 대부분 알만 한 곳을  
목적지로 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건지.. 
운전을 매우 거칠게 하였다.  
도착이 가까워질때쯤 나는  역 근처에서 조금 더 가서 집 앞에 세워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몸이 불편했고, 우리 집은 당시 언덕 꼭대기에 있는 아파트였다.) 
그러자마자 기사가 욕을 해대는데 ㅜㅜ . 나는 결국 도로에서 쫓겨나다시피 내렸었다. 

또 있다. 
그렇게 택시 기사가 무섭다는 걸 뱃속에서부터 경험하고 나온  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이었다.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갈 때였는데 입원을 할 수도 있어 바리바리 짐을 싸서 큰 가방에 넣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고열로 늘어져 있는 아이를 들쳐 안아야 해서 병원 근처까지 가달라고 부탁했는데 
쌍욕을 먹은 적도 있다. 
대충 큰 길에서 내려서 애를 걷게 하면 되지 않냐고. 죽을병 걸렸냐고.ㅜㅜ
그때의 황당함이라니..

그 후로도 드문드문.  
운전을 잘 못하니(일하는 남편을 때마다 부를 수도 없고)... 
사정이 급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했지만 거의 언제나 언짢은 일들을 겪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불쾌한 경험을 어디 나만 겪었겠는가? 

얼마전에는 여행 후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올때 겪은 일이다. 
카카오 택시를 타려고 검색하고 있는데 한  택시가 우리 앞에 멈추어 섰다. 
기사님이 연로하신 분이었다. 
이왕이면 연세드신 분의 차를 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탑승했는데, 
타자마자 기사님이 화장실이 급하다는 거였다. 
자기가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조금 기다려 줄 수 있냐고. 
나는 출발 후 발견하는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줄 알고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출발해 나오자마자 길거리 어딘가에 차를 무작정 정차시키고는 
저 멀리풀숲 아래로 내려가시는 거였다.ㅜㅜ 
그러더니 꽤 오래 있다 차로 돌아왔는데 
문제는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요금이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략난감했던 것은... 나는 원래 갈등 상황을 싫어하여 내가 손해를 보고 마는데.... 
사춘기를 맞이한 딸아이는 절대 불합리한 일을 보고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근처 주유소에서 하차면서도 기사의 화장실 대기 금액까지 포함한 
택시요금을 치루어야했다. 
기사는 오히려 우리에게 젊은 것들이 못됐다고 욕을 했다.(나이 50인데 젊다고 하니 고마운 건가!)
집에 못 올지언정 그렇게 경우없는 기사와 한 공간에서 긴 시간을 함께 차를 타고 올 수는 없었다.
겨우 카카오택시를 불러 집으로 올 수는 있었지만.... 
나는 그때 이후로 택시는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돈쓰고 무례함을 감당하는 바보짓은 다신 하기 싫다. 
버스와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탈지언정... 
중년 여자 손님과 아이를 우습게 알며 함부로 대하는 기사의 차를 탈 수는 없다. 

그 사이 택시업계와 카풀업체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얼마전 택시와 카풀의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지 못한 카풀업체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택시업계와 카카오가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승차거부가 없는 택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했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라고 한다.
'웨이고 블루'와 '웨이고 레이디'라고 하는데 승차 거부가 없는 대신 
이용료 3000원을 추가해서 내야 한다. 
기본요금 3800원에 기본 이용료 3000원을 더해서 
웨이고 블루의 기본 요금은 6800원이 되는 것이다. 
그 후에 탄력적으로 요금 변동이 있을 거라고 하는데.... 
나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본 요금 3800원에 승차거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000원을 더 지불하는 게 
타당한 건지 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 
승차 거부가 불법인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요금을 추가로 지불한다는 것은 
승차 거부를 인정한다는 의미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데... 내 이해력이 딸리는 것인가.
이런 요금 체계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건 나 뿐인건지??? 궁금하다. 




상생을 논하며.. 택시와 카카오 간의 플랫폼 택시를 출시하고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 사납금제가 아닌 월급제, 질좋은 서비스, 안전하고 쾌적한 차량 등등 
다 이해한다고 치자.
택시업체와 카카오 간의 갈등이 일정부분 봉합되는데만 치중하고 있는 사이
간과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고사할 수도 있는 중소 카풀 업체의 미래는 어찌 되는 건가? 
그건 고려 대상이 아닌 건가?
'다같이 상생'이라는 범주에는 
중소 카풀 업체나 저렴한 비용에 질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서민의 바람같은 것은 
정작 들어갈 수 없단 말인가.  
진짜 잘 모르겠다. 뭐가 상생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