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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책만 읽고 살 수 있나? 게임도 해야지.

오늘은 동네 도서관에 책 목록을 보러 갔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좀 오래된 도서관은 책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빌려보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신경써서 책을 소중하게 대해주면 좋을텐데...


이쪽 저쪽 열람실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책을 찾아보고, 검색대에서 검색을 할때마다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게 된다.

특히나 어린이 열람실에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더 유심히 보게 된다.

학교에 학원에 온통 공부만하느라 어릴때부터 시달리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책읽는 모습은

대견함 그 자체이니까.


초등생 아이들의 대부분은 만화로 시작해서 만화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만화책에 몰입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만화책 읽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만화책이나 학습만화 읽는 것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어쨌든 책을 손에 들고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면에서 

스마트폰보다는 수백배 나으니까.

물론 만화책을 보다가 글이 빽빽한 책을 읽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무엇하나 읽어내는 힘없이 어느 날 하루 갑자기 일취월장하여

긴 글을 술술 읽어낼 수는 없기에...

그 시작은 쉽고 재미난 읽을 거리로부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서넛이 머리를 맞대고 만화 삼매경에 빠져있고,

나는 도서관 벽을 따라 설치해 놓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데

내 바로 옆에 한 남자아이가 와서 철퍼덕 앉는다.

책꽂이 아랫쪽에 관심있는 책이 있나보다 했는데 책 뒤편 콘센트에 볼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게임기에 충전기를 연결하더니 곧바로 게임에 열중한다.

마치 게임기 속으로 빨려들어갈 정도의 놀라운 집중력이다.

나도 마침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아가던 참이라 남자아이 덕분에 콘센트의 위치 파악을 했고,

내 충전기도 연결했다.

조심조심.

남자아이가 게임에 열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방학이라지만 아이들은 엄마들의 응원과 성화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야 하고, 

그 다음 일정으로는 대기하고 있는 학원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초등생 역시 바쁘기는 중학생 못지 않을테니까.


그래, 너도 쉬어야지.

도서관에서 책만 읽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편견따윈 비웃으렴.

게임할 시간도 있어야지. 


그렇게 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어느 순간 게임이 지겨워지면

그때가서 네 관심을 끄는 책 한권 꺼내서 읽어도 된다.


어쨌든....

너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왔잖니.

아줌마는 널 방해하기 싫어서

네 뒤에 앉아 조용히 책 읽고, 

가만가만 널 지켜보다가

도서관을 나왔다.

네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