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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박쥐에게도 우정이 있었다니

제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은 '쥐'입니다. (끼악...써놓고 보니...글자만으로도 무섭습니다) 저는 박쥐도 싫어합니다. 쥐의 모습에 날개까지 달은 게 박쥐잖아요. ㅜㅜ 무서워요.

그런데 박쥐를 대부분은 이쪽 저쪽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나타낼 때 부르곤 하지요. '저런 박쥐같은 녀석. 간에 갔다가 쓸개에 갔다 붙는 박쥐같은 녀석'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어릴 때 봤던 동화 속의 박쥐는 이상했습니다. 박쥐가 동물들 사이에서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거든요. 생김새는 기어 다니는 쥐인데 날개를 달아서 새 흉내를 내는 '쥐'라니. 무서웠어요.

그래서 제가 몇 년 전 청소년 소설 <추락 3분 전> 을 쓸 때 이 '박쥐'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집어넣었거든요.

박지빈이라는 여고생이 아이들 사이에서 곤경에 처하고 따돌림을 받는 내용인데요, 아이들이 박지빈을 박쥐빈으로 부르며 괴롭힙니다.

“야, 박지빈. 너, 진짜 또라이 짓 한다. 그러지 마세요. 박쥐같은 쥐빈양?”

성혜가 실밥을 떼어내 지빈의 어깨에 도로 붙이며 말했다. 마지막에 뱉은 ‘박쥐같은 쥐빈양?’에서 반 아이들 몇 명이 푸핫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박쥐? 내가 이젠 박쥐가 된 거야?’

거꾸로 매달린 박쥐의 하늘과 땅이 뒤바뀐 것처럼 지빈은 자신의 일상이 점점 엉망진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지빈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박지빈에서 박쥐빈으로, 멀쩡한 인간에서 얍삽함의 상징인 박쥐로 콱 박혀 버린 모양이었다.

어느 날은 들짐승 편에 들러붙었다가 또 다른 날은 날짐승 편에 눌어붙는 잔망을 부리는 바람에 어느 그룹에도 편승할 수 없었던 불운한 짐승 박쥐. 불운과 불온이 일맥상통함을 박쥐만큼 잘 보여 준 짐승은 지구상에 또 없다.

박쥐는 의리 따위는 모르는, 옳지 않은 짐승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누구의 눈에도 온당치 못한 짐승인 것이다.

‘내가 정말 박쥐같았나?’

지빈은 속으로 물었다.

그저 명일여고 2학년 5반의 상담사로 불리며 이 아이의 고민, 저 아이의 고민을 들은 후 성심껏 대답하고 위로해 준 적 밖에 없는데. 이제 와서 아이들은, 모두의 고민을 들어준 지빈의 귀와 모두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넨 지빈의 입이 박쥐의 그것들과 꼭 닮았다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컴컴한 동굴 속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새카맣고 징그러운 눈알을 데록데록 굴리는 박쥐를 본 적 있는가? 날카롭게 돋은 발톱과 앙상한 뼈다귀에 매달린 커다랗고 혐오스러운 날개를 본 적은? 삐쭉한 두 귀며 튀어나온 주둥이는 또 어떤가?

<추락 3분 전> 179-180쪽

박쥐 포함 세상의 모든 쥐를 싫어한 저는 <추락 3분 전> 소설 속에 이런 식으로 집어넣었어요. 주인공의 불안한 감정을 '박쥐'로 극대화한 것에는 제 개인적인 감정이 지극히 많이 반영된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박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깜짝 놀랐어요.

박쥐 중에도 흡혈박쥐가 있다는데요, 이 흡혈박쥐는 말과 소 등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고 합니다. 사흘만 피를 안 먹어도 죽는 흡혈박쥐들은 생사의 위기 앞에서피를 동료에게 나눠준다는 겁니다.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시몬 리페르거 박사 연구팀에서 '흡혈박쥐의 우정'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해요.

연구팀은 중앙아메리카 파나마 공화국에서 흡혈박쥐들을 잡아와서 22개월간 실험실에서 살게 했는데요, 이 실험 중 굶긴 박쥐에게 다른 박쥐들이 날아와 자신이 먹은 피를 게워내 주었다는군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의 주소로~~

https://blog.naver.com/leeha517/221699382569

 

추락 3분 전- 흡혈박쥐의 우정도 모르면서 박쥐를 싫어했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은 '쥐'입니다. (끼악...써놓고 보니...글자만으로도 무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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