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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나의 단골 미용실 이야기

예전 서울에 살 때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주택가 어느 골목에서 미용실을 하나 발견했었어요. 동네 아줌마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드실 것 같은 미용실이었는데요.

미용실 앞에 화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하나같이 싱싱하고 꽃들도 활짝 펴서 계속 들여다봤습니다. 집에서 제가 키우던 화초들이 시들시들하던 때라 더 눈여겨본 것 같아요.

'내가 키우는 건 안 자라는데 동네 골목길에 막 내놓은 화분들은 왜 이렇게 잘 자라?' 궁금했어요.

마침 머리카락도 자를 때가 되었기 때문에 미용실 문을 열고 안으로 고개를 살짝 밀어 넣었는데요. 미용실 안에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물론 다 동네 사람들이었지만 파리 날리는 미용실은 아니니까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미용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었거든요. 마트 안에 있는 미용실도 갔다가 여대 앞에 있는 미용실도 갔다가 저희 언니가 소개해 준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도 갔었어요.

마지막에 갔던 청담동의 미용실에서는 약간 웨이브를 주고 커트를 하고 염색을 했을 뿐인데요.(쓰고 보니 여러 가지 했네요ㅡ.ㅡ) 비싼 책 한질 값이 나왔어요. 딸아이 책 읽히기에 여념이 없던 때였는데 충격을 받았었죠.

언니가 미리 계산을 하고 갔기 때문에 제 돈이 들지는 않았지만 미용실 이용 요금으로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 당시의 제 정서와는 좀 맞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제 머리 스타일을 보고 하도 잘 어울린다고 해서 '역시 청담동인가 보다. 비싸도 다 이유가 있었네.'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편으로는 '사악한 값을 치르면서까지 머리를 꼭 거기서 해야 돼?'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는 수없이 거의 1년 가까이를 청담동 머릿발로 버텼었나 봐요.

딸아이의 비싼 책 한질 값의 비용을 12개월로 나눠서 월 비용을 낮춰보면 속도 덜 쓰릴 것 같았고요. 월 비용이 고만고만하면 다시 한번 그 청담동을 방문해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요.

그렇게 나눠 봤더니 제가 평상시에 다른 곳에서 하는 머리 손질 비용과 별 차이가 나지 않더라고요. 다른 곳은 서너 달에 한 번씩은 갔었으니까요.

1년에 딱 한 번만 미용실을 갈 거면 청담동도 이용할만 하구나. 뭐 그런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1년간 머리카락을 계속 기르고 앞머리카락은 제가 자른다는 조건이면 1년에 한번 이용이 가능하겠구나 싶었어요.

어쨌든 청담동 머릿발이 사그라들던 끝 무렵 동네 골목길의 미용실을 만난 거예요.

'밑져야 본전, 머리끝만 살짝 다듬고 나와야지.' 마음먹었습니다.

처음 가는 미용실, 게다가 골목의 낡고 허름한 미용실에 함부로 제 머리 스타일 전체를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왜 저렇게 화분이 잘 자라는지 얘기를 듣고 싶었고 그러려면 커트 비용 정도는 내야 한다는 것쯤은 저도 알만한 나이였던 거죠.

커트비는 6000원이었어요. 10년 전이기는 해도 엄청나게 싸서 놀랐습니다. 너무 싸니까 주인아줌마의 실력이 더 의심스러웠는데요.

이미 제 몸은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도로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자르기로 결심을 했어요.

 

"언니, 조금만 잘라 주세요~"

근데 진짜 조금만 잘라 놓아서 제가 조금 더 잘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화분이 왜 저렇게 잘 자라는지 물어봤어요. 미용실 주인아줌마 말씀이 그냥 신경 안 쓰는데도 골목길 햇볕을 받고 자라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아줌마가 우리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어요. 동네 주민들도 집에서 시들거리는 화분은 미용실로 가져다 놓는다고 했습니다. 그 미용실에만 오면 화분이 잘 자라는 걸 주민들도 아시는 거였죠.

저는 머리끝만 다듬으러 갔다가요. 계속 미련이 남아서 점점 짧게 자르다 보니 거의 단발 수준이 되었어요. 애초의 제 머리 스타일이었던 거죠. 돈 아끼느라 길렀던 것뿐이거든요. 단발이 되었는데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에서 하루아침에 골목길 아줌마 스타일로 바뀌었는데... 저는 괜찮았어요. 일단 가성비가 탁월했고요. 다 죽어가는 화분도 저절로 무성해지는 미용실 자리도 마음에 들었어요. (풍수지리상 터가 좋은 듯)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든 것이 있었는데요.

미용실이 좁고 낡아서 대기하는 의자가 기다란 벤치와 스툴 하나였거든요. 벤치는 세 사람이 앉으면 딱 맞았고요. 스툴에는 두 사람이 등 돌리고 앉으면 얼추 앉을 수 있는 정도였죠.

그 소파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에요. 거기 앉아 있던 동네 아줌마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빨래 건조대에 널린 수건들을 가져다가 TV 보면서 개켜주고 계시더라고요.

손님으로 와서 파마 롯트 말고 대기하는 동안 미용실 수건 접어주는 동네 사람들. 미용실 주인아줌마의 일손을 도와주는 그 마음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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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사람도 화분도 잘 자라는 이유는?

​​예전 서울에 살 때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주택가 어느 골목에서 미용실을 하나 발견했었어요. 동네 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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