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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사랑은 어렵다

117~169P 아직도 가야할 길 세 번째 시간.  스캇 펙은 인간의 정신 발달을 위한 수단으로 '훈련'을 강조하고, 이 훈련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힘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사랑'에 관한 정의와 의미를 따라가면서 드는 생각이 '사랑, 너 참 어렵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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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첫눈에 반한 남녀의 사랑, 자식을 아끼는 부모의 사랑,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 등등... '사랑'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냥 '다 사랑이다'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사랑론 앞에서 주춤하게 될 듯 하다. 사랑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해하고 실천하기까지 수많은 의지가 필요한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사랑에 관한 내용을 읽을 수는 있으나 머릿속에서 정리하여 표현해 보려하자 뒤죽박죽이 된다. 내 자신이 사랑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지했기 때문에 그가 들려주는 고차원적 사랑이 이해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저자는 사랑을 '자기 자신이나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말한다. 사랑이란 자신의 발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발전에도 똑같이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타인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라 할 수 없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사랑한다고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자기 훈련이 먼저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타인과 자녀의 발전과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녀가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도록 훈련시킬 수도 없다. 119쪽

 

참된 사랑이란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 한 발 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한 발 자국 내딛는 일은 단순한 욕망이 아닌 의지인 것이다. 저자는 욕망과 의지를 행동과 결부시켜 이야기한다. 욕망은 늘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의지는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강한 욕망이라고 말한다. 쉬운 예로 '수영하러 가고 싶다'는 욕망, '나는 오늘 밤 수영하러 간다'는 의지이다. 사랑하려는 욕구 자체는 사랑이 아니고, 사랑이란 반드시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인 것이다. 

 

저자는 의지에 기반해서 행동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사랑이므로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참사랑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지적 행동도 의식적 선택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개인의 한계나 영역을 확장시키는 사랑의 기본 정의와도 관계가 없다. 오히려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자아 영역의 붕괴라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데에는 어떠한 노력도 필요치 않기에 그러한 경험이 그 사람의 정신적 발전을 북돋아 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 서로가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고 생각하여 자신들이 있는 그 곳을 만족해하며 더 이상의 발전은 꿈꾸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과 참사랑의 커다란 차이다. 

 

인간의 한계란 인간의 자아 영역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랑을 통해서 우리의 자아 경계를 확장하는 것은 자아 영역을 넘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 그 사람의 성숙을 도와 주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먼저 사랑할 대상을 찾아야 한다. 즉, 우리는 자아 영역을 훨씬 능가하는 자신 밖의 대상에게 매혹을 느끼고 완전히 몰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정신 집중'이라고 말한다. 137쪽

 

사람은 어떠한 대상에 집중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그 대상과 자신을 일치시킨다고 한다. 정원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정원이 비록 외부에 있지만, 관심과 사랑으로 정원이라는 대상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미 정원은 그 사람의 내부에 실재하는 것이 된다. 정원을 자신의 내부에 끌고 들어와 자신과 일치시킴으로써 그 사람의 자아 영역은 확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어떤 한 부분에 정신 집중을 하게 되면 자신의 한계가 확장이 된다. 관심과 사랑을 기울인 외부의 정원이 어느 날 나의 내부에 자리하게 되는 경험. 이처럼 외부세계와 내부 세계의 자연스러운 통합이 이루어지고 자아 영역이 성장하며 확대된다. 자아를 확장해 갈수록 우리의 사랑은 참사랑이 되어가고 자아와 세계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게 된다. 

 

자아의 벽이 허물어지면 자아 영역도 부분적으로 붕괴될 수 있으며, 이럴 때 세계와 나의 '신비로운 화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세계와의 결합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황홀감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자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느낌은 더 안정되고 지속적이며 매우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우리에게 안겨 줄 것이다. 또한 이 절정의 느낌은 갑자기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일회적인 것도 아니며,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아로새겨질 그런 것이다. 139쪽

 

저자는 말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참사랑을 향한 동기를 제공할 수는 있다고. 이 복잡 미묘한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랑에 빠져서 성숙도 발전도 멈추어 버리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대상과 사랑에 빠져 집중하고 몰입하며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간다면. 그래서 자아의 영역을 확대하여 나와 세계가 하나됨을 느끼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지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이런 뜻 아닐까?

 

이렇게 어려운 사랑을 어려운 줄도 모르고 시작해서 살아가기에 우리는 늘 사랑에 헤매는지도 모르겠다. 배우자와 자녀, 지인과 타인 모두에게 훈련된 의식적 노력보다는 감정적 태도로 대응하며 살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사랑'은 나를 키우고 넓혀서 나와 주변을 함께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노력과 의지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행위다. 쉽게 생각한 사랑은 더 어렵고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어렵게 여기고 귀하게 다루고 가꾸는 사랑이어야 오래 갈 수 있고 모두를 발전시킬 수 있다.

사랑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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