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과학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의 책
<공학이 필요한 시간>은 국내에 출간된 공학기술 도서 중
45권을 엄선하여 전문가들과 함께 한 서평집이다.
그러니 <공학이 필요한 시간> 한권을 읽으면
공학 기술 도서 45권을 읽는 셈?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미래 기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중 세계적인 공학 저술가인 페트로스키의 <종이 한 장의 차이>라는
책도 소개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절판이 되어 버린 책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책은 페트로스키가 자신의 실패 연구를 중간 결산한 책이었고,
주된 테마는 '실패를 통한 성공' 이었다.
공학책의 테마로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페트로스키는 공학 기술의 실패 분석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실패에서 무엇이든지 배워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공학보다 인문학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 모든 것은 언제나 개선의 여지를 남긴다"고 전제하면서
"실패는 여전히 성공을 향한 동력"임을 강조했다.
페트로스키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큰 재앙을 가져오는 구조적 실패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삶을 사는 데 금세 익숙해진다." 면서
구조적 실패는 인간 본성의 하나이므로 실패를 숨기지 말고 실패에서 배울 것을 권유한다.
실패한 사례를 분석하는 일은 새로운 설계나 이론에 있는 가설을 시험하는 기회이며,
아주 예전에 일어났던 사고와 현재나 앞으로 나올 기술을 연관지어 준다.
이런 최종 분석을 거쳐 공학의 개념과 설계 과정은 모든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남게 될 것이다. 357쪽
모든 실패에는 그 나름의 법칙성이 있는데.
1:29:300법칙으로 불리우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이것은 미국의 산업안전 전문가인 허버트 하인리히가 제시한 법칙이다.
하나의 큰 재해에는 경미한 상처를 입히는 가벼운 재해가 29건 들어 있고,
29건에는 인명 피해는 없지만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300건 존재한다는 뜻이다.
즉 잠재적인 재해가 현실로 나타날 확률을 보여주는 경험 법칙인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큰 실패가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전조 증상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 미리 이 전조를 알아내어 적절한 대처를 하게 되면 큰 실패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실패의 전조를 무시해서 일어난 대형 참사의 예로써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들고 있다.
우선 백화점 직원들은 건물 붕괴(1.하나의 큰 재해) 전에 나타난
붕괴 조짐에 대해 수십 차례 경고(29. 작은 실패 상존)를 했다.
삼풍백화점은 부실 건축물로서 구조적인 건축 하도급 비리사슬로 인해
철근과 콘크리트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시공업자와 공무원에게
뇌물로 바쳐져 버린 것이다.(300.숱한 징후들 )
하인리히 법칙을 무시해서 발생하는 인재는 오늘날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 책은 특히나 우리나라가 성장 제일주의와
군사 문화의 잔재인 성공 신화에 중독되어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하인리히 법칙은 공학이나 건축물의 구조적인 실패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 등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사람이 중병에 걸리게 되기 까지(1)
여러 가지 경중을 달리하는 증상(29)들이 보였을 것이고
그 이전부터 몸과 마음에 숱한 작용과 반작용(300)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눈치채고 관리했다면 중병에 이르지는 않았을텐데,
때론 소홀히 때론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이 쌓이고 쌓여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힘든 상황에 몰려 자살(1)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살할 수 밖에 없다고 여길만한 환경(29)이 있었고,
그런 환경으로 몰아간 심리적 압박(300)이 있었을 것이다.
봄이 되면 겨우내 가라앉았던 자살자들의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른다고 한다.
그들이 그런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 전에
29번, 300번의 전조 증상들을 주변에서는 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발견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일까?
대수롭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무시했던 것일까?
공학에서조차 실패에서 새로움을 배우라고 설파하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실패가 때론 실패로만 머무르고 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든 실패에는 그 실패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작은 실패와 숱한 전조 증상이 있다.
우리가 관심만 가지면 실패율을 지금보다는 현저하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공학뿐 아닌 그 모든 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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