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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있는 그대로 바라 봐 주기

 

저희 큰이모는 사촌 언니와 오빠들을 데리고 아주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습니다. 어쩌다 한번 한국에 오실 때면 사촌 형제들의 미국 생활 소식 등을 들려주곤 하셨어요.

그중에서도 핫팬츠 입고 다니는 사촌 언니 때문에 교회 가기가 부끄럽다는 이야기는 매번 빠지지 않았죠.

머리는 금발로 염색해서 허리까지 길러 웨이브를 넣고요. 핫팬츠에 라이더 가죽 재킷을 입고 다니는 오십을 훌쩍 넘은 중년 아줌마가 사촌 언니에요. 그런 딸을 바라보는 아흔 살 가까운 이모. 상상이 조금 되시죠.

언니는 한국에 있을 때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워낙 몸매와 미모가 탁월해서 퀸카로 통했어요. 사는 나라가 바뀌었다고 해서 인정받지 못할 미모가 아니었거든요.

미국에서도 미적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나이 보다 거의 20년은 젊은 스타일로 신나게 사나 보더군요. 사촌 언니의 아이들도 나이가 꽤 있지만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자식들의 눈치도 안 보고요. 절대 양보하는 법도 없다고 해요.

그에 비하면 저희 자매들은 핫팬츠는 고사하고 나이 들면서 무릎 시리다고 여름에도 긴 바지를 고수합니다. 관리가 귀찮으니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죠. 염색은 일절 안 해요. 그나마 있는 머리숱을 사수하려면 될 수 있는 대로 자극을 주지 않는 쪽을 택합니다.

게다가 저희 언니들은 보수적이어서요. 손톱을 기르지도 않아요. 그러니 평생 네일아트를 받아 본 적도 없거든요. 사촌 지간이라도 거의 '다른 종의 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죠.

 

저도 언니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과한 차림새는 잘 못하겠고요. 너무 특이하게 꾸미고 다니는 분들을 보면 주춤하게 돼요. 최근에는 어떤 사람의 목에 맨 스카프가 특이해서 쳐다 봤는데 그게 글쎄 문신이어서 기겁을 한 적도 있어요.

모든 사람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에 과도하게 문신한 사람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면서 옆으로 피하게 됩니다. 딱히 위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편견이 작동을 하는 거죠.

어떤 때는 도마뱀 꼬리 같은 색깔의 렌즈를 끼고 있는 사람을 보고도 흠칫 놀란 적이 있는데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거한 제 행동으로 누군가의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려고 합니다. 놀라도 속으로만 놀라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얼마 전에 딸아이가 제게 또 문자를 보내줬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이 초록 렌즈를 꼈는데 그걸 보신 할머니가 잔소리 대신 예쁘다고 칭찬해줬다는 이야기였어요. 여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리트윗 되었다고 하더군요.

"학생 눈에도 여름이 왔네요. 싱그럽고 예뻐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 주소로~~

https://blog.naver.com/leeha517/221707963421

 

초록색 렌즈, 염색, 문신, 핫팬츠 이상한가요?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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