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시인. 담쟁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썸네일형 리스트형 담쟁이처럼 벽을 오른다 詩에서 위로를 받던,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가 있었다. 산문이나 소설의 이야기에서 주는 위로와는 성격이 다른 농도짙은 시어들이 얼은 가슴을 매만져 주던 때가 있었다. 후배가 얼마전 괴로운 일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살다보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이 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 주기만을 바라며 맥놓고 있는 게 전부인 순간.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인생 구석구석 점점이 박혀있다. 언젠가 아주 힘들었던 날.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가 한 건물의 벽을 뒤덮고 있던 담쟁이를 보았다. 땅에서, 화단에서 자라는 수많은 식물들과 다르게 기어이 눈 앞의 벽을 타고 올라가 '존재'를 증명해 보이는 담쟁이를 보며 집요함의 끝에 있는 질긴 생명력을 떠올렸다. 나도 살아 있는 한, 담쟁이처럼 내 앞의 꽉 막힌 벽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