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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개도 새도 새끼를 낳는데....

결혼해서 한 3년간 바쁘게 일을 하느라 아이를 미뤘습니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지면 되지. 뭐' 하고 생각했어요.

아이는 아무때나 여유있을 때 가질 수 있는 옷이나 백이나 자동차나 집이 아닌데 말이죠. 온전한 나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에서 '임신'은 제외해야 한다는 걸 그땐 몰랐어요.

혼자의 노력과 습관으로 '마음먹은 일'을 하는 데에 어쭙잖은 자신감이 있었던 젊은 날이었죠. 서른 살 즈음이었지만 여전히 철이 없던 때였어요.

스무 살 남짓에는 서른 무렵이면 완전한 어른이 되어서 세상일을 척척 알아서 할 줄 알았거든요. 웬걸요. 서른이건, 마흔이건, 하물며 쉰이 된 지금도 여전히 세상일은 잘 모르겠고 어려워요.

'정답을 찾아가는 삶이라는 게 대체 존재하긴 하나?' 싶지요. 그저 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믿어버립니다. 자꾸 뒤돌아 보며 후회하기 싫으니까요.


아이를 갖기 위해 3-4년간 불임치료를 했었습니다. 호르몬 주사와 약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인공수정 여러 번과 시험관 시술까지 받았었죠.

중간중간 지쳐서 병원 치료를 쉬기도 했는데요, 그럴 때조차 완전히 손을 떼고 쉰 적은 없었습니다. 모든 일에 어리석을 정도로 미련과 집착이 많았던 때라 전국에서 유명하기로 소문난 한의원, 한약방을 찾아다녔어요.

대전의 모 한약방은 백발백중 임신시키는 환약을 만들어 판다고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우스운 게요. 방문 시 5세 미만 사내아이 소변을 받아오라는 거예요.

 

"아니, 제가 아이가 없어서 약을 지으러 가는데 5세 남아 소변을 어디서 받아 갑니까?"

"동네나 주변에라도 아이가 있을 거 아니에요?"

"남의 집 아들 소변을 빌려서 고속버스 타고 약 지으러 오라는 얘기에요?"

"댁이 어디신데요?"

"서울이요."

"그냥 오세요. 어차피 먼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은 그냥 오게 해요."

"그럼, 가까운데 사시는 분들은요?"

"소변 갖고 오셔야죠."

"왜요?"

"왜긴요. 그 소변으로 환약을 만드니까요."

헉, 뜨악!!!! 임신 한번 하겠다고 모르는 남의 집 사내아이의 소변으로 만든 환약을 먹어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한약방은 전국의 불임환자들로 넘쳐나서 오전 진료만 한다는 거였어요.

제가 나름 이성적인 사람인데 거길 갈 리가 있었겠어요?

.

.

.

하지만 저는 고속버스 타고 혼자 갔습니다. 남편 몰래. 그리고 5세 미만 남자아이 소변이 첨가된 염소똥 같은 환약을 받아왔어요.

매끼 스무 알씩 세서 먹었지요. 그 한약방은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환약 개별 포장 개념도 없었어요. 소형 지퍼백 같은 데에 한 달 치 약을 가득 넣어 줘서 그걸 매번 숟가락으로 덜어내 일일이 개수를 세었죠.

그거 세서 먹을 때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하면서도 먹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아이를 가지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 당시 아는 지인이 저와의 통화에서 위로라고 한 말 때문이었어요.

"개도 새도 새끼를 낳는데 설마 사람이 애를 못 낳겠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그냥 넘어가도 될 말이었는데요. 그때 저는 정말 아이를 못 갖는 상황이었고 그런 시간들이 몇 년씩 쌓이다 보니 우울해지고 자존감도 바닥인 상태였거든요.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상태라 그때 들은 말은 뇌리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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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새도 새끼를 낳는데 설마 애를 못 낳겠어요? 이게 위로의 말 맞나요...

​결혼해서 한 3년간 바쁘게 일을 하느라 아이를 미뤘습니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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